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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모성'과 '살의'의 이중주

by 콘텐츠파일럿 202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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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기존 범죄 드라마의 도식을 교란하는 낯선 질문을 던진다. 살인은 악인가? 혹은 정의인가? 그리고 그 살인이 '엄마'의 손에서 비롯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이 드라마는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것을 시도한다. 인간 본성의 심연과 사회 윤리의 경계를 동시에 겨냥하며,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통해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안한다.

극단의 설정, 섬세한 구현

정이신이라는 연쇄살인범이 공조 수사를 제안한다. 조건은 단 하나, 자신의 아들인 형사 차수열과 함께할 것. 이 설정은 극단적이다. 그러나 설정만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사마귀》는 그 설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기 위해 인물의 과거, 트라우마, 심리, 관계를 섬세하게 구축해 나간다. 형사인 아들은 살인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의 안에 남겨진 폭력성을 인정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정의’라고 믿지만, 그 내면에는 아들을 지키지 못한 깊은 회한이 있다. 모성과 살의, 보호와 파괴. 이 대립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복합적 심리극으로 끌어올린다.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드라마는 끊임없이 ‘정의’라는 단어를 관객에게 되묻는다. 사마귀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한 악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그녀가 제거한 대상은 가정폭력범, 아동 성범죄자, 사법 사각지대의 권력자들이다. 따라서 그녀의 행동은 잔인하지만, 그 동기는 공감 가능한 영역을 슬쩍 스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감정이입의 유혹을 경계하며, 윤리적 판단의 책임을 시청자에게 전가한다. 이는 단지 자극적인 살인극이 아닌, ‘시청자 윤리’를 시험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감정이 배제된 연기, 감정을 강제하는 연출

고현정은 정이신 역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감정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녀는 울지 않고, 웃지 않고, 흥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침묵과 정적인 눈빛은 매 장면마다 심리적 폭발을 암시한다. 이는 서사 전개와 맞물리며 극의 불안감을 배가시킨다. 반면, 연출은 과감하다. 긴 클로즈업, 불균형 구도, 의도적으로 흐린 포커스 등으로 인물 간 심리 거리감을 시각화하고, 긴장과 몰입을 유도한다. 이처럼 정제된 연기와 공격적인 연출의 이중구조는 《사마귀》의 미장센을 특별하게 만든다.

리메이크, 그 이상의 재해석

본작은 프랑스 드라마 《La Mante》의 리메이크다. 그러나 단순한 트랜스레이션이 아니다. 프랑스 원작이 범죄 심리와 형사 미스터리에 집중했다면, 한국판 《사마귀》는 가족 서사, 모성의 상처, 사회 구조의 위선을 더해 훨씬 정서적이고 정치적인 텍스트로 확장되었다. 이런 변형은 한국 시청자의 정서와 시대적 질문에 보다 민감하게 호응하며, 단순한 '리메이크의 성공'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 작품으로 인정받을 여지를 만든다.

불편함, 그 정당성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일부 시청자에게 ‘불쾌하다’, ‘살인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의도한 것은 범죄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그 범죄가 우리 내면의 윤리 구조를 어떻게 흔드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불편함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의 정당성**이자, 관객에게 사고를 유도하는 가장 유효한 장치다. 그렇기에 《사마귀》는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감정, 윤리, 가족, 사회에 대한 질문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사회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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