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혼모노] 책 소개 · 줄거리 요약 · 인상 깊은 구절 · 감상 및 평가

『혼모노』 책 소개

『혼모노』는 2025년 (주)창비에서 출간된 성해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혼모노」는 2024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제15회 젊은작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발표된 단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작품집은 팬덤, 윤리, 소비, 믿음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성해나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빛을 걷으면 빛』과 『두고 온 여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선명한 사회적 시선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와 개인 정체성 사이의 충돌을 정밀하게 탐구한다. 특히 「혼모노」는 ‘팬심’이라는 대중적 소재를 통해 도덕과 취향,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묻는 도발적 문제작이다.

줄거리 요약

소설 「혼모노」는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선 천재 영화감독 김곤의 팬으로 살아가는 ‘나’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간 불신러’라는 별칭으로 시작된 그녀의 팬덤은, 폐쇄형 커뮤니티 ‘길티 클럽’에서의 활동과 굿즈 수집, 반복 관람으로 이어지며 점점 강박적인 집착으로 변해간다.

 

작품은 ‘믿는 자’의 심리, 예술을 둘러싼 대중의 이중성, 그리고 팬덤 내부의 위계와 배제 구조를 통해, 단순한 팬픽션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윤리와 욕망의 충돌을 현실적으로 조망한다. 오프라인 정모, 팬들 간의 암묵적 규칙, SNS상의 낙인과 도피, 그리고 감독과의 영상통화를 둘러싼 마지막 장면은 이 소설의 정점으로, ‘진짜’와 ‘가짜’, ‘혼모노(本物)’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혼모노」 외에도 수록작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등은 젠더, 계급, 가족, 인터넷 문화 등 동시대 한국사회의 핵심 이슈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작품집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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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나는 김곤을 순수하게 믿고 싶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었다. 대중의 규탄을 외면하고 싶었다.”

“선생님도 감독님 좋아하세요? 그럼 우리 같은 마음이네요. 우리는 낙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혼자서도.”

“네 아이한테 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 인간 감쌀 거니?” 이 문장은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질문의 핵심이다.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도덕성, 팬덤과 공론 사이의 모순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성해나 작가는 인물의 내면에서 오가는 감정의 진폭을 단 한 문장에 응축해 독자의 공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끌어낸다. 이 구절들은 단지 감정적 도취가 아닌,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의 심리를 정교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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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및 평가

『혼모노』는 단순한 팬픽이나 대중소설의 형태를 넘어, 문학이 다룰 수 있는 윤리의 극한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다. 주인공의 흔들림은 곧 오늘날 콘텐츠 소비자들의 혼란이며, 길티 플레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작가는 단정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판단의 층위 속에서 ‘믿음’이란 무엇인지, ‘취향’은 어떤 정치성을 띠는지를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팬과 창작자의 관계는 언제나 위험할 수 있으며, 그 위태로움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혼모노』는 문학이 시대와 기술, 윤리의 교차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팬덤에 속한 이들이라면, 혹은 콘텐츠 소비에 있어 자기모순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결국 『혼모노』는 우리 시대의 “진짜”를 묻는다. 무엇이 본모노(本物)인가. 누가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우리는 그 낙원에서 진심으로 만나고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