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차의 꿈] 줄거리 · 등장인물 · 국내외 반응 · 총평

줄거리

《기차의 꿈》은 20세기 초 미국 북서부를 배경으로, 벌목 노동자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긴 생애를 따라가는 드라마 영화다. 영화는 “예전에는 구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산업화가 숲과 강의 풍경을 바꾸어 가던 시절의 공기와 불안함을 차분한 톤으로 보여준다.

 

어린 시절 로버트는 아이다호 주의 작은 마을 바너스페리 인근에서 자란다. 정확한 출생일도, 어떻게 친부모를 잃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고아로 남은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기차를 타고 다른 마을로 보내진다. 그때 목격한 중국계 이주민들의 집단 추방 장면은, 이유 없는 폭력과 차별이 일상처럼 존재하던 시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억으로 남는다.

 

10대 초반 학교를 그만둔 로버트는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숲과 철도 공사 현장에서 보낸다. 벌목, 운반, 철교 공사 같은 육체 노동을 전전하면서도 그는 특별한 야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새로 놓이는 선로와 증기 기관차, 산을 가르는 다리들 사이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만을 묵묵히 체감한다.

 

인생의 전환점은 마을 교회에서 만난 글래디스 올딩이다. 로버트는 그에게 이끌려 결혼을 결정하고, 모예이 강가의 작은 땅에 오두막을 짓는다. 곧 딸 케이티가 태어나면서 그의 삶은 처음으로 “집”이라는 중심을 얻는다. 낮에는 숲으로 나가 나무를 베고, 밤에는 가족과 저녁을 먹으며, 강과 숲, 계절의 변화를 벗 삼아 소박한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영화는 이 행복을 길게 붙잡지 않는다. 어느 여름, 로버트가 숲에서 일을 하는 동안 거대한 산불이 마을을 덮친다. 카메라는 재가 되어버린 나무와 무너진 가옥, 그 속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로버트를 보여주며, 그가 아내와 딸을 잃었음을 암시한다. 나중에 그는 “그때 내가 집에 없었다. 가장 필요했을 순간에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평생 지고 가야 할 죄책감을 털어놓는다.

 

이후 로버트의 삶은 ‘상실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되짚는 과정이 된다. 그는 다시 작은 집을 짓고 혼자 농사와 벌목을 병행한다. 어느 날 들개와 집개가 섞인 강아지 무리가 오두막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고, 로버트는 먹이를 주며 그들을 돌본다. 인간 대신 동물과 자연을 통해, 그는 조금씩 잃어버린 정을 보충해 간다.

 

노년의 로버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인물이 된다. 자동차와 트럭, 항공기, 라디오가 등장하고 세상은 점점 빨라지지만, 그는 끝내 전화기를 사지 않고, 총을 구입하지도 않는다. 한때 서부 개척의 물리적 토대를 만들었던 노동자는 시대의 변두리로 밀려나지만, 숲과 강, 추억과 환상 속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일상을 이어간다. 마지막 내레이션은 그가 1960년대 후반 조용히 잠들 듯 세상을 떠났음을 전하며, 긴 생의 궤적을 담담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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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로버트 그레이니어 – 영화의 중심 인물. 출생의 비밀을 안 채 고아처럼 자라, 아이다호와 몬태나 일대의 벌목 현장과 철도 공사장을 떠돌며 생계를 이어간다. 가족을 꾸린 뒤에도 늘 현장으로 불려 나가야 하는 노동자의 삶을 살고, 산불로 아내와 딸을 잃은 뒤에는 죄책감과 그리움, 습관처럼 이어지는 노동 사이에서 조용히 흔들린다.

· 글래디스 올딩 – 로버트의 아내.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강가의 작은 땅을 농장과 집으로 가꾸어 나가며 꾸준히 미래를 꿈꾸는 인물이다. 남편이 힘든 일을 이어가도록 실질적인 지지와 위로를 건네고, 아이를 키우며 집안을 지키는 모습이 짧지만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 케이티 그레이니어 – 로버트와 글래디스의 딸. 영화 속에서 케이티는 어린아이 특유의 말투와 몸짓, 아버지와 주고받는 짧은 대화를 통해 가족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부재는 이후 로버트의 전 생애를 지배하는 공허함으로 돌아오며, 여러 장면에서 환영처럼 다시 떠오른다.

· 안 피플스 – 벌목 현장에서 만난 떠돌이 노동자이자 이야기꾼. 과장된 농담과 무용담으로 캠프의 분위기를 띄우지만,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순식간에 생이 꺾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존재는 ‘노동’과 ‘위험’, 그리고 한 세대의 삶이 얼마나 덧없이 사라지는지를 강조한다.

· 클레어 톰프슨 – 산불 감시탑에서 근무하는 여성 감시원. 로버트가 노년에 접어든 뒤 만나게 되는 인물로, 산불과 숲, 상실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그의 상처를 잠시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독립적인 태도를 지닌 캐릭터로, 당시 시대상 속에서 보기 드문 여성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 기타 인물들 – 각종 현장의 감독, 철도 회사 직원, 마을 주민들, 순회 공연단 등 수많은 주변 인물들이 로버트의 삶을 스쳐 지나간다. 이들은 모두 짧게 등장하지만, 개척 시대 말기의 미국 서부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변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국내외 반응

넷플릭스 상세 정보에 따르면 《기차의 꿈》은 2025년 공개 예정인 드라마 영화이자 인디 영화, 그리고 ‘도서 원작 영화’로 분류된다. 상영 시간은 약 1시간 43분이며, 국내 기준 15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되어 있다. 플랫폼이 미리 제시한 키워드는 “잔잔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작품의 톤이 격렬한 액션보다 섬세한 정서와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출연진에는 조엘 에저턴, 펠리시티 존스, 윌리엄 H. 메이시, 케리 컨던 등 연기력으로 잘 알려진 배우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현해 온 만큼, 개척 시대 말기 노동자와 가족, 주변 인물들의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 낼지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감독은 클린튼 벤틀리로, 독립영화 계열에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거대한 서사보다 한 개인의 긴 생애에 집중하는 구조를 택하며, 숲과 강, 기차와 불길 등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정서를 차분하게 쌓아 올리는 방향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아직 개봉 전 단계이기 때문에 흥행 성적, 수상 여부, 평단의 평균적인 평점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호평을 받았다”거나 “논란을 일으켰다”와 같은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예고편과 시놉시스, 제작진과 원작 정보 등을 바탕으로 관객과 평론가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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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기차의 꿈》은 한 시대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무엇을 잃고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철도와 벌목, 산불과 이주, 도시의 팽창 같은 요소들은 모두 배경으로 물러나 있고, 카메라는 끝까지 로버트라는 보통 사람의 기억과 감정, 몸의 피로와 마음의 허기를 응시한다. 그가 가족을 잃은 뒤에도 작업복을 입고 숲으로 나가는 모습은, 비극 이후에도 삶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속도감 있는 전개나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이 작품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숲의 빛과 계절의 변화, 나무와 강의 소리, 오두막을 가득 채우는 침묵과 같은 요소들이 차분한 리듬을 만들어 내며, 로버트의 내면과 관객의 감정을 서서히 겹쳐 놓는다. 특히 산불 이후 노년기의 장면들에서는 “슬픔이 어느 순간에는 나를 집어삼킬 것 같고, 또 어느 순간에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그의 독백이 세계관 전체를 요약한다.

 

종합하면, 《기차의 꿈》은 거대한 사건보다 상실과 기억, 그리고 자연과 함께 흐르는 시간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바라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가족, 집, 일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어떻게 계속 살아가려 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색적인 드라마를 찾는 관객이라면 주목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