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영화: 커미션] 줄거리 · 등장인물 · 국내외 반응 · 총평

by 콘텐츠파일럿 2025. 11. 22.
반응형

줄거리

《커미션》은 언니의 그늘에 가려진 웹툰 작가 지망생이 다크웹의 커미션 의뢰에 손을 대면서, 자신도 모르게 실제 범죄와 얽혀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한국 스릴러 영화다. 러닝타임은 약 1시간 52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2025년작으로, 장르는 스릴러·미스터리,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으로 표기되어 있다.

 

주인공은 미술학원에서 보조 강사로 일하고 있는 웹툰 작가 지망생 강단경이다. 단경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해 본 적은 없다. 학생들의 입시 과제를 첨삭하고, 학원 뒷정리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이 마음속에서는 “언젠가 내 만화가 세상에 나갈 것”이라는 환상과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동시에 부풀어 오른다.

 

단경을 가장 괴롭히는 건 비교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인 언니, 스타 웹툰 작가 강주경이다. 주경은 웹툰 플랫폼 ‘네오툰’에서 ‘다다익순’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단행본 출간과 해외 연재까지 성공한 인물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언니처럼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단경에게 그 말은 곧 “넌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처럼 들린다.

 

단경이 일하는 학원에서는 입시를 앞둔 학생 동시영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집안, 뒤처지는 수업 진도, 눈에 띄지 않는 실기 실력 때문에 동료 강사 김세은은 시영을 냉담하게 평가하며 대놓고 포기를 종용한다. 단경은 그런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정작 본인도 속으로는 “재능이 없는 사람은 언젠가 걸러진다”는 잣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어느 날 시영은 단경에게 자신이 온라인에서 일러스트 커미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해외 팬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인기 웹툰 〈낮에도 밤에도〉의 팬아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수익으로 학원비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단경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학생도 이렇게 버는데,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괴감이 스며든다.

 

동시에 학원에서는 세은이 투고한 웹툰 〈별빛 공주〉가 네오툰 정식 연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축하 인파와 꽃다발이 오가는 자리에서 단경은 애써 미소를 짓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만 제자리”라는 감정이 자리 잡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의 부탁으로 세은의 캐릭터를 사용한 개인용 커미션 그림을 그려준 사건이 터지며 단경의 일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저작권과 도용 문제가 언급되자, 단경은 순식간에 “선을 넘은 사람”으로 규정된다.

 

더 이상 학원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느낀 단경은 원로 만화가 목진필의 작업실 어시스턴트 제안을 받는다. 거기에는 디지털 작업을 담당하는 성해건과 배경·채색을 맡은 조수 박응태가 있다. 단경은 채색 담당으로 합류하지만, 데생 실력에서조차 호된 평가를 받으며 “이 세계에 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을 체감한다.

 

그때 응태가 단경에게 “진짜 돈 되는 그림판”이라며 보여주는 것이 일본어가 뒤섞인 의문의 사이트 ‘고뵤넷(Gobyones)’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팬아트, 캐릭터 커미션이 오가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점점 수위가 높은 의뢰와 불쾌한 콘셉트가 등장하면서 이곳이 일반적인 플랫폼과는 다른, 다크웹 계열 커뮤니티임이 드러난다. 응태는 “그림만 그려주면 된다.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단경은 그 말 자체에서 이미 위험한 냄새를 감지한다.

 

생활비와 채무, 언니와의 격차에 대한 열등감, “지금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조급함이 한꺼번에 밀려온 끝에 단경은 결국 고뵤넷을 통한 커미션 의뢰를 수락한다. 그 순간부터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단순한 상상 속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신원을 가진 누군가의 폭력, 협박, 범죄에 연결되어 버린다. 영화는 이후 단경이 점차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이미 깊이 발을 담근 탓에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예술 노동과 디지털 플랫폼, 다크웹 범죄가 교차하는 위험한 지점을 집중 조명한다.

등장인물

· 강단경 – 웹툰 작가를 꿈꾸지만 미술학원 보조 강사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 남들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커지고, 재능과 노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한다. 다크웹 커미션 작업에 발을 들이면서,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과 “이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라는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심 인물이다.

· 강주경 – 인기 웹툰 작가 ‘다다익순’으로 활동하는 단경의 언니. 공모전 수상, 해외 출간, 굿즈 제작 등 업계 최상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생 앞에서는 그것을 자랑하기보다 일종의 책임감처럼 느끼는 인물로 묘사된다. 단경에게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단경에게는 넘기 힘든 기준점이 되어버린 상태다.

· 동시영 – 단경이 담당하는 입시생.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실기에서도 눈에 띄는 편은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애착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온라인 커미션 작업을 통해 소액의 수익을 올리며 “재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증명하려 하지만, 학원 내에서는 계속해서 낮은 평가와 차별을 경험한다.

· 김세은 – 같은 학원에서 일하는 강사이자, 웹툰 〈별빛 공주〉의 작가. 재능과 근면함을 통해 연재 기회를 얻었지만, 학생과 동료에게 직설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단경이 저작권 문제를 일으킨 이후에는 어떠한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프로 세계에서는 이런 실수 한 번이면 끝”이라고 선을 긋는 인물이다.

· 목진필 – 오랜 경력을 가진 원로 만화가. 종이 원고 시절부터 활동해 온 작가로서, 어시스턴트들에게는 냉혹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그의 작업실은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어디서든 버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높다. 업계의 구세대 감각과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 성해건 & 박응태 – 목진필 작업실의 핵심 스태프들. 해건은 메인 디지털 작업을 맡으며 작업실의 기준선을 유지하는 인물이고, 응태는 배경·채색과 더불어 온라인 부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꾀한다. 특히 응태는 다크웹 사이트 고뵤넷을 단경에게 소개하는 인물로, “그림만 그려주면 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 뒤에 어떤 현실이 놓여 있는지 끝까지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 그 외 인물들 – 학원 원장과 학부모, 웹툰 플랫폼 관계자, 경찰과 수사 인력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교육 시스템, 콘텐츠 산업, 법적 책임이라는 다른 층위를 대표하며, 단경의 선택이 개인적인 일탈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해 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국내외 반응

넷플릭스 정보 화면 기준으로 《커미션》은 공개 직후 “오늘 영화 순위 2위”에 오를 만큼 플랫폼 내에서 높은 시청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다크웹, 커미션, 웹툰 노동 환경이라는 비교적 낯선 소재가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흡입력 있게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아직 개봉 초기 단계라 세부적인 평점 통계나 시상식 결과는 축적되지 않았지만,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설정만 놓고 보더라도 논의의 여지는 크다. 웹툰·일러스트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프리랜서 예술 노동”의 불안정성과 저작권·2차 창작의 경계를 되묻게 하는 텍스트로 기능할 수 있고, 일반 관객에게는 “온라인에서 쉽게 소비되는 그림과 게시물이 실제 현실의 폭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다크웹, 불법 촬영물, 신상 거래 등 실제로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 온 범죄 양상이 영화 속 커미션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외 비평에서는 “범죄 스릴러로서의 긴장감”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예술가가 감당해야 할 윤리”라는 키워드로 해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웹툰과 일러스트를 주요 문화로 소비해 온 한국 시장 특성상,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 장르물의 재미를 넘어 보다 넓은 사회적 공론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총평

《커미션》은 “그림을 그려 돈을 번다”는 비교적 일상적인 설정에서 출발해, 플랫폼과 알고리즘, 다크웹과 범죄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강단경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소위 ‘재능 있는 언니’와 냉혹한 업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평범한 청년으로 그려지며, 관객은 그의 선택을 단순히 비난하기보다 “그 상황에 놓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연출 측면에서는 과도한 폭력 묘사보다 인물의 표정, 대사, 침묵을 길게 따라가며 불안과 긴장을 서서히 쌓아 올리는 방식이 돋보인다. 작업실의 형광등 불빛, 학원 복도의 음산한 정적, 모니터 화면만이 빛나는 밤의 방 등 공간 연출 역시 “현실과 온라인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다. 클리셰적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단경의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관객에게 남겨두는 결말 구조도 인상적이다.

 

종합하면, 《커미션》은 웹툰과 일러스트라는 익숙한 문화 요소를 스릴러 장르의 틀 안에 섬세하게 배치한 작품이다. 예술 노동의 불안정성과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 다크웹 범죄라는 현실적 공포를 동시에 건드리면서도, 인물의 심리와 선택에 집중해 끝까지 몰입을 이끈다. 자극적인 장면보다 심리적 압박과 도덕적 딜레마가 강하게 남는 미스터리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