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 한복판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곳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곳간을 지키는 사람은 무돌이라 했습니다. 쉰여덟이었고, 좌수 댁에 딸린 종이었지요. 글도 셈도 몰랐으나 곡식이 몇 섬 드나들었는지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걸 어떻게 아세요?"
"발로 안다. 삼십 년을 밟으면 안다."
무돌에게는 열아홉 난 딸 새복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곳간 둘레를 돌게 시켰지요.
"곡식을 훔치는 놈이 대문으로 들어오겠느냐. 앞은 누구나 본다. 그러니 도둑은 뒤로 온다."
그해는 걷이가 넉넉해 곳간이 그득 찼습니다. 서른 섬이었지요.
곡식을 들이던 날, 한좌수가 곳간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문으로 나가지 않고 곳간을 한 바퀴 돌아 뒤꼍으로 갔지요. 담 밑에 서서 한참을 보다가, 발끝으로 땅을 두어 번 눌러 보았습니다.
"나리, 거기 무엇이 있사옵니까."
"담이 낮구나."
첫서리가 내린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습니다.
날이 밝자 곳간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자물쇠가 뜯겼고, 안이 텅 비어 있었지요.
그리고 문 앞 서리 위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곳간에서 헛간 쪽으로 갔다가 다시 온 자국이 여럿 겹쳐 있었지요.
한 사람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이건 곳간지기 발자국인데."
무돌이 제 발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오른쪽 뒤축이 닳아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서리 위의 자국이 꼭 그러했습니다.
"이 발자국이 네 것이 아니라 할 테냐."
"제 것이옵니다. 그런데 소인은 밤새 헛간에 있었사옵니다."
"열쇠를 가진 자가 자물쇠를 뜯으면 남이 한 것처럼 보이지."
오랏줄이 손목에 감겼습니다. 무돌은 저항하지 않았지요. 마당을 나서면서 딸을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새복아. 뒤를 봐라. 땅은 밟은 자리를 기억하느니라."
새복이 곳간 뒤꼍으로 갔습니다.
둘레는 온통 하얗게 서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 밑 한 줄만 길게 흙빛이 드러나 있었지요. 폭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같았습니다.
종의 딸이 어찌하여 고을 좌수를 마당으로 불러냈는지는 영상에 담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셨겠습니까.
👇 전체 이야기는 아래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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