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경상도 어느 고을 어귀에 지붕이 나직한 주막 한 채가 있었습니다.
주막을 꾸리는 이는 순덕이라는 여인이었습니다. 지아비를 잃고, 눈 어두운 시어머니 곰례와 둘이서 그 집을 지켰지요.
순덕에게는 큰 근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글을 몰랐던 것입니다. 외상은 자꾸 생기는데 적어 둘 수가 없었지요.
어느 날 부엌 뒤에 쪼그려 앉은 며느리 곁에, 시어머니가 짚 한 줌을 들고 와 앉았습니다.
"글을 모르면 손으로 적으면 되느니라."
같은 짚으로 새끼 두 오리를 꼬아, 두 줄 같은 자리에 매듭을 하나씩 앉혔습니다. 하나는 주모가 갖고 하나는 술 마신 사람이 갖는 것이었지요.
"갚으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함께 푼다. 매듭은 두 손이 지어야 풀리느니라."
그 뒤로 주막의 셈은 짚으로 갔습니다. 아궁이 뒤 시렁에 짚 다발이 해마다 주렁주렁 쌓였지요.
그해 여름, 주막 앞으로 새 길이 났습니다. 마당에 발 디딜 틈이 없어졌지요. 그리고 잘되는 집에는 반드시 눈길이 따라붙는 법입니다.
장터를 쥔 장 객주가 이 자리를 사겠다 했고, 순덕은 팔 마음이 없다 했습니다.
그해 가을이 순덕을 붙들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술 빚을 곡식이 없었지요. 객주에게 두 말을 얻으며, 순덕은 종이 한복판에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글씨 아래가 아니라 한복판이었습니다.
그때 문갑 위에 포개진 백지 몇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에, 붉은 손도장만 하나씩 찍혀 있었지요.
봄에 곡식을 갚았으나 그 문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여름, 객주가 짐꾼 넷을 데리고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새 종이를 펴 들고 마당 사람들이 다 보게 들었지요.
"두 말이라니. 여기 적힌 것은 넉 섬일세."
종이 한복판에 찍힌 붉은 자국은, 손금 갈라진 자리까지 순덕의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시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저 사람이 무엇으로 왔더냐."
"종이로 왔습니다."
"그러면 너는 무엇으로 맞서겠느냐."
순덕의 눈앞에 부엌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쪽 어둠 속에 아궁이 뒤 시렁이 보였습니다.
순덕이 평상에 마을 사람 넷을 앉히고 무엇을 하였는지는 영상에 담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종이 앞에서 무엇을 내미셨겠습니까?
👇 전체 이야기는 아래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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